빌라 밀집지역인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회사가 있고, 그 인근 서교동 빌라에 사는 나는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며 길고양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주차장 한켠에서 늦잠을 자던 갈색 고양이는 앞발과 뒷발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켜고는 꼬리를 곧추세워 나의 인기척을 애써 무시한다. 아침마다 녀석에게 물 한 모금과 한 줌의 먹이로 같은 구역에 사는 이웃의 연대감을 표시하지만, 녀석은 늘 도도하고 까칠하다. 집에서 회사까지 직선거리로 고작 1km 남짓이지만, 보아뱀이 꽈리를 튼 것처럼 꼬불꼬불 골목길을 걷다 보면 지구별에 불시착한 어린왕자의 호기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