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마당이 파도 위의 갑판처럼 출렁였다. 거기 혼자 위태롭게 서서 춤추듯 비틀거리는 사람은 미쉘인가 했더니 병수 형이었다. 병수 형인가 했더니 미쉘이었다. 병수 형은 1975년 12월에 서울 삼청동 자취방에서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 병수 형은 반야라는 하얀 암고양이와 함께 살았었다. 반야는 병수 형의 죽은 애인의 이름이기도 했다. 병수 형은 반야를 마치 애인처럼 끌어안고 다녔지만 나는 반야가 달갑지 않았다. 그 음산한 울음소리는 특히 싫었다. 그때 나는 도봉산 밑에 살았기 때문에 종로통에서 술 마시다 통금에 쫓기면 병수 형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