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작가가 창가 앞에 앉아 보드라운 고양이의 털을 어루만진다. 고양이에게서는 ‘고롱고롱’ 기분 좋은 목울림 소리가 난다. 도리스 레싱이 쓴 고양이에 관한 산문집을 손에 들었을 때 나는 막연히 이런 평화로운 풍경을 상상했다. 하지만 <고양이에 대하여>는 ‘작가’와 ‘고양이’라는 총합이 가져오는 이미지를 산산조각내는 살풍경한 장면으로 시작......